여행에서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건 결국 ‘맛’입니다. 새로운 도시를 걷고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도 좋지만, 현지의 식탁에 앉아 그 나라 사람들과 같은 음식을 먹는 순간은 여행의 감도를 완전히 바꿔 줍니다. 나트랑은 베트남 남부 특유의 담백하고 달큰한 음식 스타일을 가지고 있어서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은근한 중독성이 있습니다. 한국인 입맛에도 무척 잘 맞아 여행 중 로컬 식당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죠. 이 글에서는 나트랑에서 꼭 먹어 봐야 할 대표적인 로컬 음식과 실제로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당까지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쌀국수만 먹다 끝나는 여행’이 되지 않도록,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메뉴들을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1. 반쎄오
반쎄오는 베트남식 부침개 혹은 바삭한 크레페 같은 음식입니다. 얇게 튀긴 쌀 반죽 위에 숙주, 새우, 돼지고기 등을 얹어 바삭하게 익힌 뒤, 상추와 허브에 싸서 느억맘 소스에 찍어 먹는 형태죠. 한국의 전과 비슷해 보이지만 훨씬 가볍고 식감이 경쾌합니다. 특히 나트랑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에서는 새우나 오징어 반쎄오가 많이 나옵니다. 기름지지 않으면서도 고소해서 맥주 한 잔과 함께 먹기에 제격이죠. 추천 식당으로는 시내에 위치한 Bánh Xèo Chảo가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줄 서서 먹는 곳이며, 가격도 매우 저렴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반쎄오는 대부분 한 접시에 3~4장 정도 제공되니 2인 이상이라면 다양한 속재료를 시켜 보는 것도 좋습니다.
2. 분짜
분짜는 구운 돼지고기와 쌀국수를 시큼달큼한 육수에 적셔 먹는 베트남 하노이식 대표 요리지만, 나트랑에서도 현지화된 버전으로 많이 판매됩니다. 특히 달달한 숯불 향이 진하게 나는 고기가 특징이며, 찬 쌀국수를 한 가닥씩 넣어 먹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한국인의 입맛에도 아주 잘 맞으며, 처음 베트남 음식을 접하는 여행자에게도 부담 없이 권할 수 있는 메뉴입니다. 반쎄오와 함께 시켜 먹으면 조합이 좋고, 현지에서는 대부분 생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습니다. 깔끔하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원한다면 Bún Chả Hà Nội 26 같은 전문점이 좋고, 로컬 분위기를 원한다면 Quán Bún Chả Nướng도 인기가 많습니다. 가격은 한 그릇에 한화 3,000원~5,000원 정도로 매우 저렴하며, 양도 많아 든든한 한 끼가 됩니다. 이곳에서는 보통 느억맘 소스의 깊은 감칠맛이 핵심이니, 소스 맛을 꼭 음미해 보시길 바랍니다.
3. 분보후에 & 베트남식 해산물
쌀국수의 명성을 이은 또 다른 국물 요리, 분보후에(Bún bò Huế)는 후에 지방의 향신료 강한 쇠고기 국수로, 매콤하고 깊은 맛이 특징입니다. 나트랑에서는 해산물 쌀국수도 인기가 많아, 아침에 시장 근처 로컬 식당에서 국물 요리로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자가 많습니다. 특히 Bún Bò Gốc Huế는 분보후에 전문점으로 국물 맛이 진하고 면발이 쫄깃해 현지인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가 있습니다. 새우, 게살, 오징어 등을 넣은 해산물 쌀국수는 Lac Canh Restaurant 같은 유명한 로컬 맛집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이곳은 불고기 메뉴와 함께 나오는 해산물 국수 세트가 인기입니다. 여행 내내 무겁지 않게 속을 채울 수 있고, 해산물 특유의 시원한 풍미 덕분에 더운 날씨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습니다. 국물 요리는 베트남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기이자, 건강을 챙기며 여정을 이어 가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나트랑의 음식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여행입니다. 한국처럼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살아 있는 현지 음식은, 낯설면서도 금세 익숙해지고, 그 도시의 리듬을 혀끝으로 느끼게 합니다. 반쎄오의 바삭함, 분짜의 풍성함, 분보후에의 깊은 국물 맛까지. 이 모든 게 나트랑의 풍경과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되는 여행의 기억이 됩니다. 로컬 식당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땀을 식히며 한 숟갈 먹는 그 순간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을 거예요. 다음 나트랑 여행에서는 꼭 한 끼쯤은 현지인처럼 먹어 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여행이 훨씬 가까워집니다.